<천안함 프로젝트>의 상영중단은 민주주의의 퇴행이다. 즉각 재개하라!
지난 9월 5일 메가박스에서 개봉한 <천안함 프로젝트>가 상영한 지 하루 만에 상영을 중단하는 사상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메가박스 측에서는 보수단체의 협박 때문에 상영중단을 결정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보수단체들이 무관함을 내세우며 반발하자 관객들의 안전을 우려해서 상영을 중단했다고 변명하고 있다.
게다가 누가 어떻게 압력을 행사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서 메가박스의 입장은 석연치 않고 의혹만 증폭시키고 있다. 과거 메가박스가 ‘남영동1985’, ‘MB의 추억’ 등을 개봉한 것을 고려하면 이번 사태는 청와대나 국정원 등의 권력 실세 기관들이 개입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떨칠 수가 없다.
<천안함 프로젝트>는 지난 2010년 백령도 인근에서 발생한 천안함 사태를 소재로 제작한 영화로서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지금도 풀리지 않는 의혹을 객관적으로 제기한 작품이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 사태에 대해서 어떠한 의혹도 제기하지 않도록 언론과 대중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며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등 대중들의 기본권을 노골적으로 박탈하면서 민주주의를 퇴행시켰다.
또한 천안함 사태는 안보결집효과로서의 이데올로기로 작용하여 이명박 정부와 보수세력들이 총단결하는 계기를 마련하였으며,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일반 대중들과 진보세력들을 종북세력으로 규정하여 강력한 공권력을 동원한 탄압으로 일관하였다.
이러한 분위기는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지금도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어서, <천안함 프로젝트>가 지난 5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할 때도 국방부에 의해 상영 금지 가처분 소송 논란을 겪기도 하였다. 비록 사법부의 가처분 소송 기각으로 3개월 만에 관객들과 다시 만날 기회를 가졌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관객들과의 만남을 박탈당한 것에 대해서 우리 교수학술4단체는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이는 명백히 정치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대한 침해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이며,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퇴행시키는 어리석은 행위에 불과한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의 국정원 개입을 통해 나타났듯이 현재의 지배세력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일부 보수세력들의 과격한 준동에도 묵시적으로 동의하거나 지원하는 등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의 행태를 재현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사태의 중심엔 일부 보수단체들이 초법적 행위를 통해 자신들과 의견을 달리하는 표현들을 억압하려 하는 문화적 파시즘이 자리 잡고 있다. 점점 정치적으로 보수화되고 있는 사회 속에서 차이와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고 검열하고 억압하려는 문화적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 중단은 이런 사회적 상황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에 이를 좌시하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 문화민주주의의 내재화와 더 많은 표현의 자유를 위해 이번 사태에 대한 진상 규명과 재상영 추진은 중대한 사안이다. 이에 교수학술4단체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메가박스는 상영중단에 대한 진상을 밝히고 <천안함 프로젝트>의 상영을 즉각 재개하여 극장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
둘째, 수사당국은 메가박스에 대한 협박 사실을 조사하고 영화를 둘러 싼 창작자와 관객들의 권리를 보장하라.
셋째, 보수단체들은 <천안함 프로젝트>의 상영을 방해하고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일체의 불법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2013년 9월 17일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학술단체협의회,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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