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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곽노현 교육감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졌다. 중도사퇴한 박명기 후보에게 2억원을 선거 후에 건넨 곽노현 교육감에거 ‘후보자 매수’ 죄를 적용하여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하였다. 이로써 교육감직도 상실된 상태이다. 민주화를 위한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학술단체협의회,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이상 교수학술4단체는 이 사건이 문제가 된 시점부터 줄곧 이 문제를 주시해온 입장이다. 그동안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대한 논란은 많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다시 거론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면서도 이것이 법적인 공정성보다 정치적인 고려가 더 작용한 것인가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첫째, ‘사후매수죄’에 대한 법적 논란이 분분하고, 이 사후매수죄에 대해서 '헌법소원'이 제기되어 있는 상태에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리지 않고 대법원이 유죄판결을 서둘렀다는 점이다. 헌법소원이 제기된 사안에 대해서는 대법원의 판결과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충돌할 수 있으므로 헌재의 판결을 기다리는 것이 통상적인 예이다. 그것은 대법원이 서둘러 판결을 하게 되면 이후에 판결을 하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의 자유'가 크게 박탈당하게 된다. 헌재가 헌법소원을 받아들이면 일대 사법적 혼란이 오기 때문이다. 우리는 헌재의 전향적 판단을 제약하기 위해서 먼저 대법의 판결을 시도하는 것이라는 우려마져 갖게 된다.
둘째, 이번 대법원 판결의 시점이 대단히 ‘정치적으로’ 결정된 것이 아닌가하는 점이다. 우리는 곽노현 교육감의 사법적 판단과정이 '추석'과 연관되어 이루어지는 것에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곽노현 교육감의 구속도 2011년 추석 바로 전에 이루어졌고, 이번 대법 판결도 오늘 2012년 추석 바로 직전에 이루어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추석은 이념과 정당을 떠나 친밀한 인간 관계에서 정치적 토론이 압축적으로 일어나 공론을 형성하는 장이다. 작년 추석에는 박원순 후보의 당선으로 폭발한 진보적 힘을 진보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서 거세시킬 필요가 있었고, 올해는 박근혜의 지지율을 반전시킬 전기가 필요하였다. 우리는 곽교육감의 판결과 추석민심을 연동시키려는 대법원의 저의가 있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사법부의 일정이 정치적 일정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이미 사법부가 정치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사후매수죄는 그동안 53년 간 적용되지 않아 사문화한 법인 데다가 곽노현 교육감이 매수를 ‘목적으로’ 사후에 2억 원을 준 것이 명확해야 성립하는데, 그것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유죄판결을 한 것은 법의 공정성을 의심케 한다. 이에 우리는 대법원 판결이 정치적 판단을 우리하면서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의 판결과 관계없이 지극히 공정하게 사후매수죄의 위헌 여부를 판단할 것을 촉구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곽노현 교육감의 실형 선고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가 이를 그동안 곽노현 교육감과 서울교육청이 추진한 교육개혁정책을 역전시키는 계기로 삼지 않기를 바란다. 혁신학교정책이나 학생인권조례 등 많은 의제에서 이미 이명박정부의 교과부는 여러 방식으로 교육개혁을 뒤집기 위한 압박을 가해왔다. 우리는 이러한 개혁정책의 역전의 시도가 다시 이루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의 중고등학교 교육은 학생들이 입시경쟁의 압박에 못이겨 연이어 자살하는 극단적인 상황을 맞고 있다. 학교 폭력도 피해자의 연이은 자살을 낳을 정도로 학교현장이 피폐화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들이 이것이 과거의 퇴행적인 규제정책을 복원함으로써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전향적으로 무한과열경쟁을 완화시키고 더욱 다양한 창의적 교육을 보장하는 정책으로 나아감으로써 해결된다고 믿는다. 우리는 곽노현 교육감의 실형선고에도 불구하고 다시 ‘퇴행의 시대’가 열리지 않기를 바란다.
2012. 9.27
민주화를 위한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학술단체협의회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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