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형 교수에 대한 울산대의 ‘직위해제’가 부당한 것을 판시한 울산지방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

3개월 전인, 지난 8월 1일 울산대 이노형 교수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된 바 있었다. 기소내용인 즉, 2005년부터 2010년까지 국문학사를 강의하면서 수강생들에게 여러 과제 중의 하나로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의 감상문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소에 발맞추어, 울산대학교는 이노형 교수에 대해서 직위해제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우리는 당시 이노형 교수의 기소와 직위해제에 대해서도 비판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기소 이후 국가보안법 사건으로 형사재판이 진행되는 것과 별개로, 이노형 교수는 울산대의 직위해제에 대해서 민사(民事)재판으로 직위해제 결정 취소소송을 제기한 바 있고, 10월 12일 울산지방법원(제 14 민사부 재판장 손현찬)은 ‘국보법 위반으로 형사기소된 이노형 교수에 대한 울산대의 직위해제처분’에 대하여 무죄추정의 원칙에 의해 그 효력을 정지시킨다고 판결했다. 너무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재판부는 울산대학교의 직위해제가 적절치 못하였음을 아래의 이유에서 판시하였다. 첫째, 헌법 제 27조 제 4항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추정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고, 학문 및 교육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정신에 비추어볼 때 직위해제처분 허용요건은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울산대측이 직위해제처분의 적법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직위해제를 단행한 것이라 판시했다. 즉, 국가공무원법의 당연퇴직 사유인 유죄판결을 받을 개연성에 대한 신중한 검토나 직위해제처분의 요건을 갖추지 못함을 지적하였던 것이다.

둘째, 구체적으로 학교측의 직위해제 근거를 이루는 검찰측의 발표와 달리 교수가 회고록 감상문의 내용에 따라 학생들의 점수를 조작했다는 흔적을 찾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교수의 행위가 국가의 존립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고 쉽사리 단정할만한 고도의 개연성도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덧붙여 일반 형사사건이 아닌 국가보안법위반이라는 혐의의 특수성, 언론의 공개 등이 상당 부분 작용하였다는 의구심을 밝히기까지 했다.

셋째, 수사가 시작된 이후에 교수는 회고록 등의 오해를 살만한 일체의 행위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은 신중하고 구체적인 검토 없이 언론보도 등을 빌미삼아 검찰의 형사기소 후 불과 10일 만에 전격적으로 직위해제를 단행함으로써 교수에게 학문적 자유 및 강의의 자유, 학생들의 수강권은 물론, 교원으로서의 각종 권한뿐만 아니라 학문적 자부심이 크게 훼손되는 유무형의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였음을 지적하였다.

오랜만에 균형 잡힌 판결을 접하게 되는 느낌이다. 우리는 울산지방법원과 그 재판부가 사안을 정확히 헤아려 메카시즘적인 논리에 사로잡히지 않고, 균형 잡힌 판결을 한 것에 대해 크게 환영한다. 우리는 이런 판결의 정신이 더욱 확대되어, 이노형 교수의 국가보안법 사건에 대해서도 균형 잡힌 판결이 나오기를 바란다.

2012년 10월 17일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학술단체협의회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