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강사에 대한 배제와 무관심이 불러 온 비극,
김동애 비정규교수 연행을 규탄한다!
이제 곧 겨울이다. 대학강사의 봄은 도대체 언제 오는가?
을씨년스러운 날씨만큼이나 우리 사회는 음울하고 냉혹하다.
오늘도 대학강사들은 국회앞에서 33일째 천막노숙투쟁 중이다. 그들의 건강이 걱정된다.
대학강사에게 새겨진 비정규의 낙인이 처절한 몸부림에도 치유되지 못한 채 곪아 터져 버려, 자칫 우리들의 반쪽 학문 세계마저 붕괴되진 않을까 염려된다. 대학과 사회로부터 배제된 그들이 피맺힌 가슴을 안고 혹여 거리의 소외된 유령으로 떠돌게 되진 않을지 고통스럽다.
천박한 시장 논리와 몰염치한 사회적 무관심에 맞서, 경제적 어려움과 신체적 고통 속에서도 우리 시대의 핵심 과제 중 하나인 대학 개혁과 비정규직철폐를 위해 길거리에서 생활하고 있는 대학강사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학문적 동료들인 우리들은 오늘 무엇을 해야 하는가 심각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2007년 10월 6일 오후 9시,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통합신당 간사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믿기 어려운 사태가 발생했다. 약속을 제 때 지키지 않은 유기홍 의원에 대해 항의의 표시로 지역구 사무실에 3일간 머물던 김동애 한국비정규교수노조 교원법적지위쟁취특별위원장과 동료 비정규교수 1인이 유기홍 의원 측의 고발에 의해 경찰에 체포되었다 풀려난 것이다. 발단은 김동애 특위장의 강력한 항의와 이에 대해 유기홍 의원의 한 보좌관이 보인 태도였다. 그러나, 한 개인의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방식 즉, 대학강사를 비하하고 수시로 경찰력을 동원해 정당한 요구를 일단 힘으로 누르고 보겠다는 그 보좌관의 낮은 의식 수준 때문으로만 이 사건에 대해 접근하는 것은 본질적 문제 해결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김동애 특위장이 유기홍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에 3일간이나 머물 수밖에 없었던 저간의 상황, 즉 구조적 배경이다.
지금 40여 년간 정부와 대학은 시간강사제도라는 야만적 착취 제도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내부 경쟁과 갈등을 부추겨, 고등교육부문에 종사하는 교육자들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통제해 왔다. 국회는 그것을 지탱시켜주는 근거를 만들고 유지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최근 여기에 약간의 변화가 일어났다. 지난 몇 년간 민주노동당, 통합신당, 한나라당의 순으로 일부 의원들이 기존 착취 구조를 뒤흔들 수도 있는 법안들을 발의한 것이다. 그 내용은 대학강사의 교원법적지위회복과 처우 개선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에 한국비정규교수노조는 이번 국회 회기 내에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1년 이상 국회 앞 1인 시위를 하면서, 수 차례에 걸친 국회 내 각종 정책토론회 개최와 의원 면담을 성사시킨 뒤 9월 7일부터 국회앞 천막농성 투쟁에 돌입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법안 상정의 권한을 쥔 교육위 간사나 그 핵심측근으로부터 9월 17일에 법안을 상정하겠다는 약속을 받아 내었다. 그러나, 그들은 어떤 이유에서이건 그 중요한 약속을 어겼다. 그렇기에 이들은 기득권층의 압박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 때문에 한국비정규교수노조는 추석 연휴부터 유기홍 의원과 임해규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1인 시위를 전개하였고 그 과정에서 우연한 계기를 거쳐 김동애 특위장이 체포까지 당하는 우리 사회의 비극이 발생하고 만 것이다.
그런데 비극은 비난으로 치유할 수는 없다. 비극이 발생하게 된 구조적 조건을 바꾸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6만여 대학강사들이 부당하게 겪고 있는 아픔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는 거시적 차원의 대책 마련에 정부와 국회가 즉각 나서야 한다. 당장이라도 관련 법안을 상정하고 통과시켜야 한다. 권철현 교육위원회장과 유기홍 통합신당 간사, 임해규 한나라당 간사는 이런 저런 핑계되며 법안 상정과 심의를 미루지 마라. 임채정 국회의장은 사태를 관망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개입하라. 상임위에서 힘들면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해서라도 이 문제만큼은 이번 국회에서 해결하라. 그것만이 그동안 우리 사회가 대학강사들에게 진 빚을 조금이나마 갚는 길이다. 정의가 구현되고 대학을 살리는 길이다. 지금 당장 염치를 회복하라.
유기홍 의원과 임해규 의원은 즉각 관련 법안을 안건으로 상정하라!
권철현 교육위원장과 국회의장은 사태해결에 즉각 나서라!
국회 교육위는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라!
국회는 대학강사의 교원법적지위를 회복시켜라!
대학강사 교원화하여 대학교육 바로잡자!
2007년 10월 9일
전국교수단체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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