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많이 쓴다고 학문 잘하는 것 아니다”
학술단체협의회, 학술 정책 관련 토론회
유석재 기자
입력 : 2007.11.20 00:24 / 수정 : 2007.11.20 02:35
“두뇌한국(BK) 사업이나 인문한국(HK) 프로젝트는 …연구 인력들을 ‘돈줄’에 목매달게 하며
학문의 다양성을 위축시키고 학문 분야들의 개별적 특수성을 일거에 무력화하는 극히
비학문적인 폐단을 낳고 있다.”
(도정일·都正一 경희대 명예교수의 기조발제)
국내 학술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정면으로 지적하고 나선 학술 토론회가 열렸다. ‘진보’ 성향 학술단체들의 모임인 학술단체협의회(상임대표 박경)는 19일 서울 중앙대에서 ‘학술진흥 및 학문후속세대 지원 정책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학문정책과 학문후속세대’를 발표한 김원(金元) 성공회대 노동사연구소 연구교수는, 현재 젊은 지식담론생산자들이 ▲학생운동의 쇠퇴와 대안적 지식의 수요 감소 ▲여전히 ‘도제 시스템’이라고 불리는 지식시장의 권력관계·학벌·인맥·학맥 등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상황 ▲대규모 연구지원금 조성 이후 학진(한국학술진흥재단)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학문 부르주아’와 탈락한 ‘학문 프롤레타리아트’ 사이의 양극화 현상 등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현재 지식사회 구조의 중심에는 학진의 등재지(登載誌) 정책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등재된 학술지에 실린 논문의 숫자로 연구 성과를 평가하는 정책은 ‘학문을 한다’는 것을 ‘논문을 쓴다’로 변질시키면서 연구자의 창조적이고 질 높은 연구를 저하시켰다는 것이다. 그는 “학술지의 평가와 관리는 연구자 집단의 자율적인 평가·관리로 이전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외 학문지원정책 사례’를 발표한 박경하(朴京夏) 중앙대 교수는 “한국에서도 학문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상위의 기관이 필요하며, 대통령 직속의 한국과학기술위원회와 같은 ‘국가학문위원회’가 설립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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