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진보적 학술연구 단체들의 협의체인 학술단체협의회(학단협. 상임공동대표 이세영)가 19일 서울 중앙대학교 문과대학에서 '해방60년의 한국사회'라는 제목으로 연합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심포지엄의 부제는 '역사적 궤적, 현재 속의 미래, 학문재생산'. 경제학, 정치학, 한국근현대사, 언론학, 여성학, 교육학, 철학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40여 명의 학자들이 모여 지난 60년 동안 한국현대사의 궤적을 살피고 미래를 모색하는 자리다.

16개의 발표와 토론, 그리고 집담회가 이어질 예정이다.

특히 3부까지의 발표와 토론이 끝나면, 성공회대 조희연 교수의 발표 '현단계 민주진보담론은 위기인가:박정희 시대 재평가문제를 중심으로'를 필두로 박정희 시대를 현재의 관점에서 재평가하는 집담회(集談會) 자리가 마련된다.

'대중의 자발적 동의에 근거한 독재'라는 요지의 대중독재론을 내세웠던 한양대 임지현 교수에 대해 조 교수는 박정희 정권이 반공ㆍ개발주의적 동원의 성공으로 동의와 헤게모니를 창출했음에도 정치적으로는 지속적으로 불안정했고, 통치 후반기로 갈수록 폭압이 전면화돼 결국 국민적 저항으로 붕괴했다는 점을 제시하며 반론을 펼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임지현 교수 외에도 서강대 손호철(정치학), 정희진(여성학),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문화이론)교수 등 소장학자들이 참석해 난상토론을 벌인다.

▲1부 '역사적 궤적'에서는 지난 60년 한국의 경제위기ㆍ노동계급형성ㆍ사법제도 문제점 등을 고찰하고 해결책들을 모색해 본다.

한신대 김정주 교수(경제학)는 '한국경제의 장기축적과 경제위기'라는 발표에서 한국 경제의 장기축적 과정을 박정희 정권기의 국가주도 개발시기, `1987년 체제' , 1997년 경제위기 이후의 세 시기로 나누고 한국경제의 축적은 생산성 증가를 수반하지 않는 요소투입 중심의 투자주도형 성장모델에 의해 주도됐다고 진단한다. 이런 체제가 '과잉축적의 위기'로 이어져 결국 1997년의 IMF사태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전북대 송기춘 교수는 '사법제도 변천과정에 대한 비판적 검토'에서 미군정기 법원은 입시시험을 통해 충원됨으로써 전문성이 결여됐고 이후 이승만 정권기에는 전문법관에 의한 재판이 절대시되고 시민참여가 배제됨으로써 민주성이 침해됐다고 주장한다.

또한 1987년 헌법의 개정 이후에는 민주화의 진전에 따라 소장법관들에 의한 법원의 독립성 확보를 위한 노력들이 구체화됐고, 현재는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보다 법원 내부의 독립이 더욱 절실하다고 평가한다.

법원의 전문성ㆍ독립성ㆍ민주성 모두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법원 내부 서열구조와 관료주의를 없애고 대법원장의 대법관 임명제청권을 폐지해야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

▲2부 '현재 속의 과거와 미래'에서는 90년대 냉전체제의 해체 이후 민주화의 진전으로 형성된 동아시아 시민사회ㆍ시민운동이 공동의 '연대'를 통해 새 질서 구축을 주도해야한다는 입장들이 발표된다.

중앙대 이무철 박사(정치학)는 '위기와 변화의 한반도:북핵문제를 중심으로'에서 전쟁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 '소극적 평화'에서 벗어나 남북한 사회 안의 갈등ㆍ폭력ㆍ소외와 차별ㆍ불평등이 존재하지 않는 '적극적 평화'를 구현해야한다고 역설한다.

성공회대 박은홍 박사는 '동아시아 지역주의의 진화:ASEAN을 중심으로'에서 한국 시민사회가 동아시아 시민사회와의 연대를 통해 인권과 민주주의를 패권확장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미국의 일방주의를 견제하고, 주권ㆍ개발권ㆍ인권이 공존할 수 있는 참여지향적 지역주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또한 중앙대 언론문화연구소 김은규 박사는 '국가ㆍ자본ㆍ시민사회의 관계에서 바라본 한국 언론구조의 변화'에서 언론에 대한 통제자가 국가권력에서 자본으로 바뀌고 국가의 언론통제 방식이 물리적ㆍ직접적 형태에서 '헤게모니 동의전략'으로 전환됐으며 시민사회의 언론에 대한 감시와 개입이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는 그러나 소유구조 집중, 불공정경쟁 등으로 언론개혁의 필요성은 여전하며 민주적 공론장으로서의 언론을 위해 시민사회의 노력을 강조한다.

▲3부 '학문의 재생산과 학문주체화'에서는 교육환경 변화 속의 한국사회를 분석하고 대학과 대학원에서의 비판적 학문의 재생산 여건과 학문후속세대 양성정책의 문제점을 점검한다.

영남대 임재홍 교수(법학)는 '교육부의 대학구조조정방안 문제점'이라는 발표에서 대학자율화 방식으로 채택된 국립대학법인화는 대학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지역사회와 학생에게 떠넘기는 수단이 될 가능성이 높고, 사립대학법인의 자율화 역시 대학 운영의 파행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그는 교육부가 대학의 재정을 전적으로 부담하면서 대학구성원이 동의하는 방식으로 개혁을 끌어가야한다고 주장한다.

중앙대 인문과학연구소 오창은 박사는 '메마른 들판에서 '한국학문의 개나리'는 피어나는가'라는 발표에서 17명의 박사급 연구자들을 면담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의 학문후속세대 양성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그는 특히 학문의 아웃소싱 수준을 넘어 종속성을 심화시킨다며 해외 유학을 강하게 비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