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반대 교수모임에 대한 정치사찰을 즉각 중단하라!

최근 경찰이 대운하반대교수모임에 참여한 교수들을 상대로 모임의 성격이나 참여교수의 정치성향 등을 탐문하는 등 소위 정치사찰을 벌였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CEO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이 기업 친화적이지 않은 모든 행위를 법과 질서의 이름 아래 단죄하겠다고 공언할 때부터 그 권위주의적 행보를 얼추 가늠해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아예 노골적으로 학원에 대한 정치사찰이라는 5공화국의 망령마저 불러내고 있어 커다란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책에 대한 반대여론은 정부정책이 '시간의 경제학'에 사로잡혀 성과 내기에만 급급하여 사회경제적, 생태적 파급효과를 무시하고 질주하는 것을 견제하는 공공 기능을 수행한다. 때로는 그러한 과정이 많은 시간과 인내심을 요구하지만 그것이 종국에는 사회의 민주적, 생태친화적 발전에 기여해왔다는 것은 보편적 역사적 경험이 증명해주고 있다. 하물며 그 반대여론이 그냥 소수의 의견이 아니라 다수의 국민이 우려하는 것이라면 이는 간단한 문제로 치부할 일이 결코 아니다.

지난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제기된 이명박 정부의 대운하사업공약은 반환경적, 반사회적, 반문화적 프로젝트일 뿐만 아니라 이 정부가 그토록 갈구하는 경제적 성과에서도 회의적이어서 말 그대로 토건재벌들의 이해만을 충족시켜주는 재앙사업임이 이미 분명해졌다. 이에 우리 사회의 대표적 지성인들인 115개 대학의 2466명의 교수들은 이러한 운하개발사업이 향후 우리사회에 불러올 경제적, 생태적, 문화적 재앙의 결과를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어 대운하반대교수모임을 결성하고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대운하사업이 국토대재앙사업이 될 것임을 널리 알려, 잘못된 정책은 당연히 폐기되어야 한다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시민의 소임을 자임하고 나섰다.

그런데 집권여당과 그 수장인 이명박 대통령의 자세는 어떠한가? 공약이 제기되는 그 순간부터 현재까지, 심지어 자기 당의 내부에서조차 거센 반발에 직면하고 있는데도 공적 소임의 자세를 저버리고 운하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당사자들이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주장하였듯 정정당당하게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정부와 집권여당의 자세는 꼼수와 비겁함으로 일관하고 있다. 총선에 영향을 미칠까봐 이명박 CEO대통령의 핵심사업인 운하사업을 총선공약에서 빼버리는 어이없는 행태에 한 번 놀란 국민은 불과 며칠 전 국토해양부가 올해 8월 중으로 관련 법령을 제ㆍ개정하고 2009년 4월부터 단계적으로 공사에 착수할 계획을 세웠다는 소식을 듣고 더욱 놀라게 되었다. 이것이 공신력 있는 정부와 공당의 자세인지 묻고 싶다. 그런데도 정부는 반성은커녕 사회적 파장을 우려하여 대운하반대교수모임을 불온시하고 정치적 주홍글씨를 새기려는 반민주적 행태를 반복하려 하고 있다. 21세기에 '경찰사찰'이라는 독재시대의 망령이 웬 말인가?

대운하반대교수모임을 비롯한 전체 학술연구자들은 작금의 상황에 직면하여 반민주적인 정치사찰을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 이 땅의 민주 국민이 적나라한 폭력에 의존한 정권에게 엄정한 응징의 심판을 가함으로써 민주국가의 토대를 다져왔음은 우리의 지난 역사가 보여주는 살아 있는 교훈이다. 집권 초기에 일찌감치 민주시민을 협박하고 우롱하는 구시대적 경찰독재정권이라는 오명을 덮어쓰고 싶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국민 다수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을 차근차근 민주적 여론을 물어가며 찾아보길 권한다.

2008. 3. 30

학술단체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