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학술 4단체 공동기자회견문]

조남호 회장은 대승적인 차원에서 조속히 한진중공업사태를 해결하라

오늘은 한진중공업 노동자 정리해고에 맞서서 2011년 1월 6일에 김진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85호 크레인에 올라가 농성을 시작한 지 꼭 300일이 되는 날이다.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의 대규모 정리해고로 지난해 12월 20일에 촉발된 노사대립은 이제 1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날은 추워지는데 사태 해결의 소식은 아직 없다.

한진중공업이 지난 10년 동안 흑자를 내며 벌어들인 돈은 무려 4천 2백 77억 원이며, 2008년 조남호 회장이 가져간 주식배당금은 1백 20억 원에 달하며, 2009년 9월까지 지급된 사내 이사들 평균 급여는 1억 6천 9백만 원이다. 반면 지난 3년 동안 한진중공업의 3,000여명의 노동자들은 구조조정과 해고로 거리로 쫓겨났고 이에 항의하는 이들은 폭력을 당하였다. 
 

이에 대다수 국민이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넘어선 야만과 폭력이라 하여 한진중공업 사측을 비판하였고 희망버스와 연대하였다. 5차례에 걸쳐 수만 명의 시민들이 희망버스를 타고 부산에까지 내려가서 밤새 집회를 하였다. 노회찬· 심상정 진보신당 상임고문,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한 달 가까이 목숨을 건 단식농성을 하였고, 우리 교수·학술단체와 시민단체도 릴레이 단식농성과 1인 시위로 동참하였다. 지난 8월 18일에는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에 대한 국회청문회까지 열렸다. 
 

진보진영만이 아니라 여권의 관계자와 보수언론까지 나서서 한진중공업 사측의 야만을 비판하는 데도 미동조차 하지 않았던 조남호 회장이 지난 10월 7일 전격적으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의 권고안을 수용하자, 많은 이들이 한진중공업사태가 원만히 해결되리라 생각하였다. 하지만, 11월 11일 밤 교섭, 20일과 21일에 열린 실무교섭에서 ‘1년 재 재취업 시 경력 신입사원 재입사. 근속연수 불인정, 퇴직산정 및 학자금 지급 불가’ 입장을 되풀이하고 ‘김진숙 지도위원의 사과문 제출’ 등을 요구하며 교섭을 중단한 것은 한진중공업 사태가 원만히 그리고 조속히 타결될 것으로 바라는 국민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 하겠다. 이에 우리는 조남호 회장이 국회 환노위의 권고안을 수용하는 큰 결단을 내린 만큼 대승적인 차원에서 날씨가 더 추워지기 전에 조속히 한진중공업사태를 마무리짓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그동안 교수·학술4단체(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학술단체협의회, 전국교수노조, 비정규직 교수노조)는 이 사태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하여 여러 차례 숙의를 거듭한 결과, 사측에 너무도 많은 문제가 있어 해고 노동자와 적극 연대하는 것이 사태를 올바로 해결하는 길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1차에서 5차에 이르기까지 희망버스에 적극 참여하는 한편, 단식농성, 1인 시위, 릴레이 기고, 세계석학 연대 지지선언, 한진중공업 문제에 관련된 3차례의 학술세미나, 관련 책자 발간(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 및 희망버스와 관련된 5가지 쟁점 Q&A) 등의 연대활동을 하였다. 
 

우리 교수·학술 4단체는 조속하고 원만한 사태 해결을 위하여 지식인이 기여할 올바른 방법이 무엇인가 고뇌한 끝에 이 사태가 시간만 질질 끈 채 해결되지 않을 경우 연대활동을 확대하여, 고통 받는 이들과 공감의 연대를 형성하는 정의의 실천운동을 ‘전 지구적’으로 펼치기로 하였다. 우리는 이미 올 7월에 한진중공업의 살인적인 정리해고와 불법적인 노조탄압을 해외의 양심적인 지식인들에게 널리 알려, 미국의 노엄 참스키(Noam Chomsky), 독일의 홀거 하이데(Holger Heide), 캐나다의 레보비츠(Michael A. Lebowitz), 프랑스의 장-이브 포르텡(Jean-Yves Fortin), 브라질의 호세 산토스(Jose A. F. Santos) 등 세계적인 지성들의 지지표명을 이끌어낸 바 있다. 
 

우리는 앞으로 대략 한 달, 늦어도 6차 희망버스가 출발할 예정인 11월 25일 이전까지 한진중공업 사태가 원만히 마무리되기를 바란다. 그렇지 못할 경우, 연대의 범위를 해외지식인에서 해외 주요 언론 및 관련 시민단체까지 확대하여 그들에게 진실을 알리고 지지와 동참을 호소할 것이다. 우리는 조속히 노사간의 협상이 타결되어, 해고 노동자들도 다른 이들처럼 자식의 배웅의 받으며 일터로 가서 열심히 일하고 가족과 함께 소풍도 갈 수 있게 되기를, 김진숙 지도위원이 땅 위에서 동지들과 어울려 웃으며 담소할 있게 되기를, 노동자와 사측이 서로 어울려 회사발전에 매진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2011년 11월 1일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공동대표    김승석·서창원·이도흠·조희연·최영태

전국교수노동조합위원장    강남훈

학술단체협의회상임공동대표    한상권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위원장    임순광